차이나반점
YennaPPa (Luscious.K) #부산 #남구 #차이나반점
유비가 제갈량을 영입하기 위해 세 번을 찾아간 일화를 우리는 삼고초려(三顧草廬)라고 한다.
그만큼 얻고 싶은 것에 대한 인내심과 노력을 뜻하는 사자성어다. 당신이 어떤 음식에 관심이 있다면 삼고초려가 대수겠나... 사고, 오고 육고도 감수하며 원하는 그것을 먹기 위한 노력을 할 것이다.
그런데 서울에 사는 사람이 부산 식당을 삼고초려 하기란 여간 어려운 것이 아니다.
매일 갈 수 있는 거리도 아닌데다 일부러 부산역에서 교통도 불편한 용호동 까지 가는 것은 부산 일정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부산의 차이나반점은 본인이 3년 이상 공을 들인 집이다.
처음 관심에 들어왔을 때 부터 이집은 이상하리 만큼 먹기가 어려웠다.
한 번은 휴가로 인한 휴무, 또 한 번은 정기휴일로 헛걸음을 했던 기억이 난다.
이번에 부산에 갈 일이 또 생겨 이번엔 반드시 먹고 말리라는 다짐으로 부산역에서 여행용 트렁크를 끌로 용호동으로 향했다.
이집에 관심이 갔던 이유는 간짜장이 맛있기로 유명하고 띵밥, 쏘쓰만두, 구름유산슬 등 특이한 메뉴들도 한 몫 했지만 이곳 사부님의 특이한 이력 때문이다.
젊은 뽈친들이야 잘 모르시겠지만 강남에 사시는 중년의 뽈친들은 8-90년대의 도산공원 주변을 기억하길 것이다.
시네하우스를 중심으로 건너편에 KFC DT점 (아마도 국내 최초이지 않을까 싶다), 삼원가든과 쌍벽을 이루는 강남 가든식당의 대명사인 늘봄공원, 그리고 그 앞에 강남 고급 중식을 이끌었던 이 자리하고 있었다.
차이나반점의 양석정 사부님이 바로 예전 강남 만리장성의 조리장이셨는데, 서울의 삶을 내려 놓고 부산으로 내려와 작은 중국집을 차리셨다.
바로 그 가게가 여기 이다.
간짜장을 주문하니 특이하게 장이 면 위에 부어져 나왔고 그 위에 예쁜 계란후라이와 오이채가 올라간다.
짜장의 모든 요소를 확실하게 갖추었다.
장은 본인이 딱 좋아하는 타입니다.
재료들이 잘게 썰려 있어 아삭한 식감을 극대화 하는데다 양파 뿐만 아니라 양배추도 듬뿍 쓰이니 아삭함의 식감은 천상이다.
맛 또한 진득한 춘장의 맛이 강렬하고 적절한 조미료의 감칠맛이 훌륭하다. 단맛은 적당한 선에서 절제!
면빨도 질기거나 너무 탄력적이지 않고 부드러움과 탄성을 동시에 갖춘 훌륭한 자가제면 면빨이라 장과 궁합이 좋다.
이러다보니 정말 개눈 감추듯 먹게 되서 추가 짬뽕을 주문하지 않을 수가 없다.
사모님과 상의 끝에 ㅋㅋ
삼선짬뽕으로 부탁들 드렸더니 하얀 짬뽕 스러운 짬뽕이 나왔다.
바로 볶아 신선하지만 재료의 맛이 오롯히 녹아있는 시원함과 눅진함을 갖추었고 조미료에 의존하지 않고 재료의 맛을 기본으로 하는 훌륭한 짬뽕!
특히 쓰인 재료들이 굉장히 다양한데 배추는 기본이고 파프리카, 피망, 생표고버섯, 청경채, 당근, 부추 등 다양한 채소가 맛을 한 층 깊게 만든다.
서비스로 내어주신 쏘쓰만두는 진한 마늘간장 쏘스 (유린기 쏘스 같은)를 청양고추와 함께 튀김만두에 오려주시는데, 요 별게 아닌게 별거의 맛을 준다. 요리 전 또는 배부들들 때 술안주로는 최고일 것 같다.
그렇지 않아도 두 그릇의 식사라 배가 부른데도 계속 들어가는 신기한 마법의 만두 ㅎㅎ
식사를 마치고 가게 앞에서 사부님과 소소하게 이런 저런 대화를 나누면서 이집의 역사와 사부의 음식 철학 등을 알 수가 있었다.
강남의 커다란 중식당의 조리장에서 부산으로 내려와 작은 중국집을 차린 이야기와 생활의 달인 출연 등등....
언젠가 한 부대를 이끌고 이집에서 요리들을 왕창 섭취하고 싶다!
PS: 부산으로 내려온 진짜 이유는 사부님의 장인께서 따님을 너무 사랑하셔서다 ㅎㅎ
아무리 조리장이라도 서울에서 눈치밥 먹으면서 월급쟁이로 살지 말고 가게 차려줄 테니 부산으로 내려오라는 장인의 설득에 사모님의 고향인 용호동에 자리를 잡으셨다고...
꽤나 현실적이면서 로멘틱한 이유다.
